기둥 사이에 차가 서 있고 집은 2층부터 시작하는 건물. 땅이 좁다면서 1층에 집을 더 짓지 않은 이유는, 1층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작은 대지에서 주차와 주거를 위아래로 나눠 담는 방법을 골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층수와 면적을 세는 규칙이 겹친다.
두 사례의 수치는 설계사무소 공개 자료 기준이다. 현장 조사나 인허가 도서 대조는 하지 않았다.
땅에 집을 지을 때는 방을 몇 개 만들지만 정하지 않는다. 주차를 어디에 얼마나 둘지도 함께 계획해야 한다.
「주차장법 시행령」은 시설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을 두고, 주택의 세대별 기준 등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모든 빌라에 ‘한 집당 무조건 한 대’라는 하나의 숫자를 적용할 수는 없다.
배치의 원리만 떼어 보면 이렇다. 건물 옆에 주차장을 두면 지상에서 집과 차가 땅을 나눠 쓴다. 건물 아래에 두면 위에는 주거, 아래에는 차량을 놓는다.
지하주차장이나 기계식 주차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그쪽을 고르면 차량의 진입과 운행, 구조와 관리 조건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필로티는 그 선택지 가운데 지상에서 주거와 주차를 위아래로 겹치는 해법이다.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층수를 어떻게 세는지도 중요하다. 건축법 시행령 별표 1은 다세대주택을 주택으로 쓰는 한 동의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이고, 층수가 4개 층 이하인 주택으로 정한다.
같은 별표에 필로티 단서가 붙어 있다. 1층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필로티 구조로 해 주차장으로 쓰고, 나머지 부분을 주택 외의 용도로 쓰면 그 층을 주택의 층수에서 뺀다. 다른 요건까지 맞으면 이런 구성이 가능해진다.
1층 필로티 주차 + 2~5층 주거 = 위로는 다섯 층, 주택으로 쓰는 층은 네 개.
5층 건물이 모든 법규에서 4층으로 바뀐다는 뜻은 아니다. 주택 유형을 가를 때 세는 층수의 이야기다. 법제처는 2017년 해석에서 다세대에만 1층 일부 필로티까지 예외를 넓힌 취지를 “주거밀집지역 토지의 효율적 활용과 다세대주택 건축의 활성화”로 설명했다. 겉모양의 유행만이 아니라 제도가 이런 배치를 고를 이유를 만든 셈이다.
단서의 문구는 유형마다 조금씩 다르다. ‘빌라’라는 매물 이름 다음에는 건축물대장의 실제 용도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 유형 | 주택 층수 한도 | 바닥면적 기준 | 1층 필로티를 층수에서 빼는 조건 |
|---|---|---|---|
| 다세대 (공동주택) | 4개 층 이하 | 660㎡ 이하 | 1층 전부 또는 일부 필로티 주차 + 나머지 주택 외 용도 |
| 다가구 (단독주택) | 3개 층 이하 | 660㎡ 이하 · 19세대 이하 | 다세대와 같은 문구(전부 또는 일부 + 나머지 주택 외 용도) |
| 연립 (공동주택) | 4개 층 이하 | 660㎡ 초과 | 1층 전부를 필로티 주차로 쓸 때만. 일부 필로티면 그 층도 셈(법제처 17-0041) |
| 아파트 | 5개 층 이상 | — | 1층 전부를 필로티 주차로 쓸 때 필로티 부분 제외 |
아래 점검기는 이 표의 층수 단서와 바닥면적 한도만 따로 떼어 돌려 본다. 층당 주택 바닥면적을 같게 가정한 개념 계산이다.
층수·면적 모두 다세대 한도 안.
층수 단서와 바닥면적 합계만 본 개념 점검이다. 세대수, 지하층, 용도 구분, 바닥면적 산정 제외 항목, 허가 당시 규정은 반영하지 않았다. 실제 건물의 유형 판정이나 인허가 판단이 아니다.
과천 부림동의 율목재를 설계한 날곳건축사사무소는 이 건물을 대지 232.6㎡, 6세대 다세대주택, 지상 5층으로 소개한다. 공개 자료의 공사 기간은 2020년 2~10월이고, 1층 필로티 전면 기둥에 작은 붙박이 의자를 두어 거주자와 마을 사람이 쉬어 가게 했다고 적었다. 주거 아래 공간을 비워 두는 데서 끝내지 않고 머무는 자리를 넣은 셈이다.
서울 광진구의 자양243은 다른 선택을 했다. 틔움건축이 2020년 공개한 자료로는 대지 107.10㎡, 지상 4층 다가구주택, 주차 2대다. 설계자는 5가구 이상의 임대 주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1층 전체를 필로티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썼다. 하지만 이 대지에서는 4층이 정북 방향 일조 사선의 영향으로 독립 세대를 꾸리기 어려워, 전용 30㎡ 미만 4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계획하고 1층에 근생과 주차를 나눠 넣었다.
두 번째 사례가 특히 흥미롭다. 1층의 답을 정하려면 맨 위층에 무엇을 넣을 수 있는지부터 계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차만 봐도, 층수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같은 작은 대지라도 도로와 방향, 상층부의 모양, 주거 구성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두 사례는 설계사무소의 공개 설명을 살핀 것이다. 현재 현장을 조사하거나 개별 인허가의 적법성을 판정한 비교가 아니다. 자양243의 주차 산정(가구당 0.5대)은 설계 당시 설계자 설명이며 현재 조례와 대조하지 않았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 제119조는 필로티나 그 비슷한 구조 가운데 벽면적의 2분의 1 이상이 그 층의 바닥면에서 위층 바닥 아래면까지 트인 것이 공중·차량 통행이나 주차에 전용되는 경우, 그리고 공동주택인 경우에 바닥면적에 넣지 않도록 정한다.
여기서 절반은 ‘바닥의 절반이 비었다’는 뜻이 아니다. 둘레 벽의 절반 이상이 열려 있느냐다. 계단실 같은 다른 부분까지 전부 빠지는지는 따로 계산한다.
이 규정 덕분에 조건에 맞는 필로티 주차 공간은 주거실과 같은 방식으로 바닥면적을 차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물이 대지 위를 얼마나 덮는지 재는 건축면적은 또 다른 기준이다(제119조 제1항 제2호). 1층 벽을 없앴다고 건물의 수평투영면적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리하면 세 질문이 다르다. 주택으로 쓰는 층은 몇 개인가. 바닥면적에 넣는 부분은 어디인가. 건물이 대지 위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얼마인가. 필로티의 이점을 ‘규제를 전부 피하는 공짜 한 층’으로 설명하면 이 차이를 놓친다.
필로티는 1층 벽을 지우고 기둥 몇 개만 남기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필로티 건축물 구조설계 가이드라인」은 상층부가 내력벽이고 하부가 필로티 기둥인 건물을 다루며, 전이보·전이슬래브와 기둥·코어벽의 관계를 설명한다.
위층은 벽이 무게를 받는다. 가이드라인이 다루는 건물은 상층부가 내력벽으로 구성된다. 방을 나누는 벽이 곧 위층의 무게를 받아 내리는 부재다.
그런데 1층에는 그 벽이 없다. 필로티 층은 차를 세우려고 벽을 비웠다. 위에서 내려온 힘이 바로 아래 벽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2층 바닥이 위아래 구조가 어긋나는 경계가 된다.
전이보·전이슬래브가 힘의 방향을 바꾼다. 어긋나는 곳에서 힘을 받아 기둥 쪽으로 옮기는 부재다. 힘은 1층의 기둥과 코어벽(계단실 등)을 거쳐 땅으로 간다. 차를 편하게 세우겠다는 이유만으로 기둥의 위치와 크기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공간을 확보하는 선택에는 구조설계와 시공의 과제도 따라온다. 그렇다고 필로티라는 외형만 보고 개별 건물이 위험하다거나 안전하다고 판정할 수는 없다. 실제 구조와 시공·관리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실거주에서는 주차공간이 있는 것과 쓰기 편한 것을 나눠 본다. 기둥 사이에 주차선이 있다면, 그다음은 앞 도로에서 차를 넣고 빼는 경로와 사람이 현관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설계에서 확보한 주차가 생활에서도 잘 작동하는지는 별도의 확인이다.
빌라의 1층을 보면 집을 넣을 자리를 포기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주차가 필요한 작은 땅에서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면적과 층수의 조건을 맞추려고 차는 아래로, 주거는 위로 놓은 선택이다. 다만 자양243처럼 1층 전체를 비우는 것이 늘 최선은 아니다.
그래서 LOCATEWISE는 필로티를 좋은 건물이나 나쁜 건물의 이름으로 쓰지 않고 두 질문으로 읽는다. 이 대지에서는 무엇을 확보하려고 아래층을 비웠는가. 그 선택으로 생긴 주거와 주차가 실제로 잘 이어지는가.
필로티 자체만으로 집값에 일정한 프리미엄이나 할인을 매길 근거는 이번 자료에 없다. 매수자는 주거층의 평면과 채광, 실제 주차와 출입, 구조·관리 상태를 나눠 비교해야 한다.
빌라의 빈 1층은 아무 기능도 없는 공간이 아니다. 좁은 땅에 집과 자동차를 함께 담으려고 고른 공간이다.
길에서 비슷한 건물이 되풀이되어 보일 때, 모양 뒤의 조건도 살펴보자. “왜 비워 두었을까?”라는 질문은 결국 “이 땅에서 무엇을 동시에 풀려 했을까?”로 이어진다.
원고는 “연립주택·다가구주택 등에 같은 문구를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고 적었다. 확인해 보니 조건이 다른 쪽은 연립(1층 전부 필로티 주차일 때만 제외)이고, 다가구는 별표 1 제1호 다목에 다세대와 같은 문구(전부 또는 일부 + 나머지 주택 외 용도)가 있다. 다만 다가구의 한도는 3개 층이다.
본문과 2절 표를 이 기준으로 고쳤다. 다세대의 ‘4개 층’ 예시를 다가구에 그대로 옮기면 안 된다는 원고의 취지는 유지했다.설계자 원문은 “5가구 이상의 임대주거 확보가 가능하다면” 1층 전체 필로티 주차장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일반 설명이고, 이번 대지는 4층이 정북사선 영향으로 독립 세대 구성이 어려워 주차 2대 규모로 갔다는 흐름이다. ‘대안을 검토했다’보다 조건을 드러내게 문장을 옮겼다.
가구수는 원문이 ‘30㎡ 미만 4가구’로 적었지만, 층별 표기에는 ‘원룸 3가구 + 복층형’이 함께 있다. 두 표기를 모두 밝혔다.설계자는 “주거 전용면적 30㎡ 미만인 경우 가구당 0.5대 산정”이라고 적었다. 4가구 × 0.5대 = 2대로 공개 주차대수와 맞는다. 이 기준을 현행 조례와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현재 규칙으로 옮겨 쓰지 않는다.
주차장법 시행령 제6조는 세대별 기준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한다. 지역·시점마다 숫자가 다를 수 있다.본문의 [S37-01]~[S37-07] 표식은 화면에서 지우고, 출처 목록에 원문 링크 8개(원고 7개 + 다가구 요건 확인용 법제처 해석 1개)로 모았다. 토지이음 링크는 깨진 검색 파라미터를 걷어낸 주소로 바꿨다.
건축법 시행령 별표 1 현행 전문은 이번에도 직접 추출하지 못했다. 다세대·연립·아파트 단서는 법제처 17-0041, 다가구 단서는 법제처 해석례 인용문으로 확인했다.다음 편 · 38 「30년 된 아파트는 왜 재건축 이야기가 나올까? 연한과 건물 수명을 구분하는 법」 — 아파트의 나이, 실제 건물 상태, 재건축을 진행하는 조건을 나눠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