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샀던 미국 장기채 ETF가 1년 새 두 자릿수로 빠졌다. 23일 밤 미국채 10년물이 5.1%를 넘으면서 연휴 뒤 계좌를 여는 사람은 손실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미국채 ETF 손실이 금리 0.1%p마다 얼마씩 커지는지, 분배금은 얼마나 메워 주는지 듀레이션 계산 한 줄로 따져 봤다.
10년물과 2년물은 장중 고점, 30년물은 뉴욕 오후 3시 호가다. 기준 시각이 달라 서로 빼서 금리 차를 구하지 않는다.
이 글의 구성
2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135%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은 오후 3시 기준 5.402%로 하루 새 9.90bp 뛰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도 장중 4.947%를 찍었다.
계기는 겹쳤다. S&P글로벌의 9월 미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58.4로 전월 56.0에서 올라 2021년 7월 이후 가장 높았고, 기업이 치르는 투입가격지수는 59.9에서 66.4로 뛰었다. 경기가 뜨겁고 물가 압력도 세다는 신호다. 연준은 이미 9월에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는데, CME 페드워치에서 10월 추가 인상 확률이 68% 이상으로 높아졌다.
10년물이 5%를 처음 넘은 것은 11일이다. 일부 플랫폼에서 2023년 10월 23일 이후 처음 5% 선을 찍었고, 15일에는 장중 5.041%로 올라섰다. 23일은 그 위로 한 칸 더 올라간 날이다. 30년물은 지난해 2월 말 연 4.616%였으니 1년 반 사이 약 0.8%p가 올랐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정리한 이투데이 보도(9월 21일 기준)에 따르면 국내 상장 미국채 30년물 ETF 14종(인버스 등 제외)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11.74%다.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른 국고채 30년물 ETF 6종은 평균 −32.92%로 낙폭이 더 컸다.
| ETF | 유형 | 최근 1년 | 비고 |
|---|---|---|---|
| RISE 미국30년국채액티브 | 미국 30년 | −15.28% | 표 안 미국채 최저 |
| PLUS 미국채30년액티브 | 미국 30년 | −13.50% | |
|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 미국 30년 · 환노출 | −13.45% | |
|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 미국 30년 · 환헤지 | −8.93% | 순자산 1조4천억원 · 6개월 −6.43% |
| 미국채 30년물 ETF 14종 평균 | −11.74% | ||
|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 한국 30년 · 원금 분리 | −42.80% | 참고: 국고채 |
| 국고채 30년물 ETF 6종 평균 | 한국 30년 | −32.92% | 참고: 국고채 |
| KIWOOM 국고채10년 | 한국 10년 | −11.45% | 참고: 국고채 |
| KODEX 국고채3년 | 한국 3년 | −2.37% | 참고: 국고채 |
2026년 9월 21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투데이·한국거래소). 22일 환율 급락과 23일 밤 금리 급등은 들어가 있지 않다. RISE·PLUS 두 상품의 환헤지 여부는 기사에 없어 적지 않았다.
같은 표에서 만기에 따라 손실이 층층이 갈린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고채 3년 −2.37%, 10년 −11.45%, 30년 평균 −32.92%, 이자 없는 30년 원금 분리 −42.80%다. 다음 장의 듀레이션이 이 차이를 설명한다.
그런데도 개인은 샀다. 메트로서울 보도에 따르면 9월 21일까지 최근 1개월 동안 ‘TIGER 미국채10년선물’을 기관이 38억9,100만원 순매도하는 사이 개인은 36억5,800만원 순매수했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판단일 수 있지만, 그 판단이 맞는지는 금리가 어디서 멈추느냐에 달려 있다.
듀레이션은 채권에서 받을 돈(이자와 원금)이 평균적으로 몇 년 뒤에 들어오는지를 잰 숫자다. 이 숫자가 곧 금리 민감도가 된다. 듀레이션이 15인 채권은 금리가 1%p 오르면 가격이 약 15%, 0.1%p 오르면 약 1.5% 떨어진다.
만기가 같아도 이자가 적을수록 듀레이션은 길어진다.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 원금 분리 채권(스트립)은 만기 전체가 그대로 듀레이션이 된다. 국고채 30년 원금 분리 ETF가 −42.80%로 가장 크게 빠진 이유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3.26%에서 21일 4.60%로 1.34%p 올랐다. 듀레이션이 29 안팎인 원금 분리 채권이라면 이 상승만으로 약 −39%다(볼록성 제외). 수익률 기간(1년)과 금리 비교 기간(지난해 말 이후)이 달라 딱 맞출 수는 없지만, 손실의 크기는 공식 한 줄로 가늠된다.
공식이 틀어지는 구간도 있다. 금리가 크게 움직이면 실제 가격은 직선보다 덜 빠지고 더 오른다(볼록성). 30년물 기준으로 금리 +1%p는 공식 −14.8%, 실제 −13.3%이고, −1%p는 공식 +14.8%, 실제 +16.6%다. 0.1~0.2%p 단위의 하루하루 움직임에서는 공식만으로 충분하다.
채권 ETF는 보유 채권에서 나온 이자를 분배금으로 돌려준다. 그래서 가격 손실만 보면 반쪽 계산이다. 이자 수익은 대략 금리 수준 × 보유 기간이고, 이자가 가격 손실을 메우는 한계는 금리 ÷ 듀레이션으로 구한다.
30년물은 5.40 ÷ 14.8 = 0.36%p. 1년 동안 금리가 0.36%p 넘게 오르면 이자를 받고도 손실이다. 10년물은 5.13 ÷ 7.7 = 0.66%p로 두 배 가까이 넉넉하다. 한 달로 줄이면 30년물의 버팀폭은 약 3bp다. 23일 하루에만 9.9bp가 올랐으니, 이날 하루 움직임이 석 달 치 이자를 넘어선 셈이다.
추정치다. 보수·세금·볼록성·분배 시점은 빠져 있다. 환헤지형은 환율을 0으로 두고 헤지 비용을 따로 뺀다(5장).
가격 효과 = −듀레이션 × 금리 변화, 이자 효과 = 금리 수준 × 보유 개월 ÷ 12, 원화 합계 = (1 + 가격 효과 + 이자 효과) × (1 + 환율 변화) − 1. 금리 수준은 ETF의 실제 분배율과 다를 수 있다.
상품명 끝에 (H)가 붙으면 환헤지형이다. 달러 채권의 가격 변화만 원화로 옮겨 오고 환율 변화는 걷어 낸다. (H)가 없으면 환노출형으로, 채권 손익에 원·달러 환율 변화가 곱해진다. 항목을 누르면 설명이 펼쳐진다. [수치 점검]은 보도 수치를 다시 따져 본 항목이다.
보도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환노출)가 1년간 13.45% 하락해 “동일한 구조의 환헤지형 상품보다 낙폭이 7.02%포인트 컸다”고 적었다. 그런데 같은 기사에서 환헤지형의 1년 수익률은 −8.93%, 6개월 수익률은 −6.43%다. 13.45 − 6.43 = 7.02로, 이 차이는 1년 수익률과 6개월 수익률을 맞댄 값이다.
1년끼리 비교하면 차이는 13.45 − 8.93 = 4.52%p다. 이 글은 4.52%p를 쓴다.환율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원·달러는 1년 전인 2025년 9월 22일 1,392.6원, 기준일 직전 거래일인 9월 21일 1,381.0원(22일 종가 1,358.2원 + 하락폭 22.8원)으로 1년 동안 약 0.8% 내렸다. 기간 중에는 3월 1,517원대까지 올랐다 내려와 수익률 경로가 크게 흔들렸을 수 있지만, 시작과 끝만 보면 4.52%p에 못 미친다.
나머지는 헤지 비용·보유 채권 구성·분배 시점 차이 등으로 짐작되지만 기사는 원인을 따로 풀지 않았다. 확인 불가로 둔다.원·달러는 22일 하루 22.8원(약 −1.65%) 내려 1,358.2원, 23일 1,358.4원에 마감했다. 표의 1년 수익률은 21일 기준이라 이 하락이 빠져 있다. 환노출형은 달러 채권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화 평가액이 약 1.6% 줄어든다.
환노출형 30년물 보유자라면 22일 환율(약 −1.6%)과 23일 밤 금리(약 −1.4%, 추정)가 겹쳐 21일 대비 3% 안팎을 더 잃은 셈이다. 연휴 중 움직임에 따라 28일 기준가는 달라진다.아니다. 환헤지 비용은 대체로 두 나라 단기 금리 차이를 따라간다. 지금 미국 기준금리(3.75~4.00%)가 한국(3.00%)보다 0.75~1.00%p 높아, 헤지형은 연 1%p 안팎을 비용으로 치르는 구조로 추정된다. 실제 비용은 외환스와프 시장 가격으로 정해진다.
환율이 안정적이면 헤지 비용만큼 환노출형이 유리하고, 원화가 강해지는(환율이 내리는) 구간에서는 헤지형이 손실을 줄인다.일반 계좌에서 분배금에는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된다. 또 분배금이 나가는 날 그만큼 ETF 기준가가 내려간다(분배락). 분배금을 받았다고 손실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기는 이유다.
성과는 가격 수익률이 아니라 분배금을 포함한 총수익률로 봐야 한다. 4장 계산기의 ‘이자 효과’가 그 몫이다.반대로 움직인다. 30년물 기준으로 금리가 1%p 내리면 가격은 약 16.6% 오른다(오를 때 −13.3%보다 크다). 장기채 ETF가 ‘금리 인하 수혜’ 상품으로 팔린 이유이고, 개인이 지금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은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금리가 어디서 멈출지는 누구도 확정할 수 없고, 듀레이션은 그 판단이 틀렸을 때 얼마를 잃는지 미리 알려 줄 뿐이다.팔지 말지를 정하기 전에, 내 계좌가 금리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부터 숫자로 적어 두자. 판단은 그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