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10억원 넘게 맡긴 미성년자가 52명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숫자는 '금수저' 이야기처럼 읽히지만, 자녀 통장을 만들어 주려는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숫자다. 미성년 자녀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2,000만원이고, 부모와 조부모 몫을 합쳐서 센다.
[수치 점검] ① 계좌 수는 일부 기사에 '899만 555개'로 실렸지만 증가분 237만 9,114개를 더하면 899만 5,055개가 맞다. ② 상장주식 7조 3,113억원은 1억원 이상 보유자 5,400명의 몫이 아니라 미성년자 전체 보유액이다. ③ 증여재산공제 금액은 2026년 10월 현재 현행 기준으로 확인했으며, 세법은 바뀔 수 있으니 신고 전 국세청 안내를 다시 본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성훈 의원이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말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예·적금 잔액은 9조 7,413억원이다. 2022년 말 8조 2,865억원보다 1조 4,548억원 많다. 입출금 통장과 정기예금, 적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같은 기간 계좌 수는 661만 5,941개에서 899만 5,055개로 늘었다. 계좌가 돈보다 빨리 늘었으니 계좌 하나에 든 돈은 오히려 줄었다. 잔액을 계좌 수로 나눈 단순 평균은 약 125만원에서 약 108만원이 됐다. 비대면으로 자녀 통장을 만드는 부모가 늘면서 소액 계좌가 많이 생긴 결과로 읽힌다. 다만 계좌 수는 사람 수가 아니어서, 예금자가 36%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기사 제목이 된 고액 구간은 아래 표와 같다. 한 사람이 같은 은행 여러 계좌에 나눠 둔 돈을 합쳐 센 인원이다.
| 예·적금 합산 잔액 | 인원 | 지난해 말 |
|---|---|---|
|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 2,419명 | 확인 불가 |
|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 124명 | 확인 불가 |
| 10억원 이상 | 52명 | 42명 |
| 1억원 이상 합계 | 2,595명 | 2,583명 |
1억원 이상은 7개월 동안 12명 늘어 사실상 제자리인데, 10억원 이상만 42명에서 52명으로 늘었다. 은행별로는 1억원 이상 보유자가 하나은행 566명, 국민은행 540명, 신한은행 437명 순이었다.
연령대로 나누면 초등학생 나이인 6~12세 잔액이 가장 크고,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0~5세 명의로도 2조 1,399억원이 있다. 전체의 22.0%다. 스스로 돈을 벌 수 없는 나이의 통장이니, 이 돈은 대부분 부모나 조부모가 넣어 준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여기서 부모가 챙길 대목이 나온다. 아이 통장에 넣은 돈은 세법에서 증여로 본다. 금액이 작으면 문제될 일이 드물지만, 목돈을 넣거나 그 돈으로 주식을 사서 불려 줄 계획이라면 한도와 신고를 알고 시작하는 편이 낫다.
예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로는 지난해 말 국내 상장주식을 1억원 이상 가진 미성년자가 5,400명으로 한 해 전 2,800명에서 92.9% 늘었다. 미성년 주주 전체는 77만 3,400명에서 76만 9,600명으로 조금 줄었는데, 보유액은 4조 6,501억원에서 7조 3,113억원으로 57.2% 불었다.
| 보유 평가액 | 2024년 말 | 2025년 말 | 증감 |
|---|---|---|---|
| 1,000만원 미만 | 67만 6,600명 | 60만 6,800명 | −10.3% |
| 1,000만~5,000만원 미만 | 8만 9,600명 | 14만 7,300명 | +64.4% |
| 5,000만~1억원 미만 | 4,400명 | 1만명 | +127.3% |
| 1억원 이상 | 2,800명 | 5,400명 | +92.9% |
사람 수는 줄고 금액만 늘었으니, 새로 큰돈이 들어왔다기보다 이미 들고 있던 주식의 값이 오른 영향이 크다. 이 점이 증여에서 중요하다. 증여세는 주는 시점의 가액으로 매기므로, 2,000만원을 신고하고 넣어 준 뒤 그 주식이 올라 생긴 평가이익은 원칙적으로 아이의 재산이다. 일찍, 그리고 기록을 남기고 주는 쪽이 유리한 이유다.
증여재산공제는 가족끼리 주고받는 재산에서 일정 금액을 빼 주는 제도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미성년 자녀가 부모·조부모 같은 직계존속에게 받는 돈은 10년간 2,000만원까지 공제된다. 공제는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주는 쪽 묶음마다 하나씩이다. 좌우 화살표 키로도 넘길 수 있다.
국세청은 명절 용돈, 생활비, 교육비처럼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금품은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조건은 그 돈이 실제로 그 용도에 쓰였을 때다. 생활비·교육비 명목으로 받아 예·적금에 넣거나 주식을 사는 데 쓰면 비과세로 보지 않는다.
소액 용돈 통장은 걱정할 일이 드물다. 목돈을 만들어 투자까지 해 줄 계획이면 공제 한도 안에서 신고하고 넣는 길이 깔끔하다.공제액에 못 미치면 신고하지 않아도 가산세 같은 불이익은 없다(국세청 해석 사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래도 신고를 권하는 이유는 6장에 있다. 기록이 없으면 몇 년 뒤 불어난 계좌 전체가 언제, 얼마를 받은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안 된다. 직계존속에게 받은 돈은 주는 사람이 몇 명이든 받는 아이 기준으로 합친다. 4,000만원을 받았다면 2,000만원이 과세 대상이고, 조부모가 준 몫에는 할증까지 붙는다.
양가에서 돈을 보태 줄 때는 누가 언제 얼마를 줬는지 한 장에 적어 두고 합계를 본다.증여세는 증여한 날의 가액으로 계산한다. 현금 2,000만원을 신고하고 준 뒤 아이 계좌에서 오른 평가이익은 원칙적으로 아이 것이다. 다만 부모가 아이 계좌로 잦은 매매를 하며 적극적으로 불려 준 경우에는 그 이익도 증여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안내다.
자녀 계좌는 지수 상품이나 우량주를 사서 오래 두는 방식이 세금 면에서도 무난하다.넣을 때마다 증여가 한 번씩 일어난다. 10년 합계가 2,000만원이면 월 약 16만 6,000원이다. 처음에 약정을 맺고 정기금으로 한꺼번에 평가해 신고하는 방법도 있는데, 평가 방식과 필요 서류는 홈택스나 세무서(국세상담 126)에 확인하고 진행한다.
어느 방식이든 이체 메모에 '증여'라고 남기고 아이 명의 계좌로 직접 보내 둔다.이번에 줄 금액과 최근 10년 안에 이미 준 금액을 넣으면 한도를 넘는 부분의 세금을 어림한다. 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부터 시작하는 누진세율이고, 기한 안에 신고하면 3%를 깎아 준다.
추정치다. 직계존속 증여만 다루고, 이미 준 금액이 공제 한도 안이라고 가정하며(한도를 넘으면 한도로 계산), 과세표준 50만원 미만은 세금이 없는 것으로 처리한다. 혼인·출산 공제, 부동산·주식의 평가, 창업자금 특례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실제 세액은 홈택스 모의계산이나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한다.
신고의 실익은 날짜와 금액이 공식 기록으로 남는다는 데 있다. 아이가 자라 그 돈으로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을 때 자금 출처를 묻는 일이 생기면 신고서가 답이 된다. 신고한 원금에서 불어난 수익이 아이 몫이라는 점을 설명하기도 쉽다. 박성훈 의원이 이번 통계를 내면서 짚은 것도 자금 출처와 증여세 신고 누락의 사각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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