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사라고 했다. 그리고 하루 뒤, 정작 어떤 원전을 지을지에서 노선이 갈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P1000이냐 APR1400이냐 — 300MW의 차이가 아니라, 10년 뒤 설계와 운영이 누구 손에 남느냐의 문제다.
8월 24일 지분 인수 요구, 8월 25일 노선 충돌
미국 정부가 한국에 웨스팅하우스(WEC) 지분 일부를 인수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8월 24일 보도됐다. 현재 지분은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 51%, 우라늄 기업 카메코 49%. 미 정부는 2025년 10월 800억달러 규모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최대 20% 취득권을 확보해 둔 상태다. 재원으로는 2,000억달러 규모 한미 전략투자펀드가, 투자 주체로는 한국전력이 거론된다.
기업가치는 카메코가 지분을 인수하던 2023년 82억달러였고, 지금은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와 행정부의 지원을 타고 100억달러 이상으로 거론된다. 한미 공동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지분을 사고, 2030년까지 예정된 대형 원전 10기 건설을 함께 끌고 간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다음 날, 이데일리 단독으로 노선 충돌이 드러났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1.1GW급) 적용을 원하고, 한국은 검증된 APR1400(1,400MW급)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주도적 참여를 원한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부 안에서 현재 사업안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였다.
AP1000으로 가면 한국은 자금과 시공 능력을 대면서도 설계·공급·운영을 주도하기 어려워진다. 한수원이 미국 원전사업의 보조적 참여자로 밀릴 수 있다. 정부 내부에서 나온 우려 — 이데일리 2026.08.25 단독 보도 요지
이 문장이 이번 사안의 전부다. 돈을 대는 쪽과 기술을 가진 쪽이 다를 때, 계약서에 무엇을 못 박아 두느냐가 10년 뒤의 위치를 결정한다. 3,500억달러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일부이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가 걸려 있다.
원전 사업 가치사슬 5단계를 두 시나리오로 나눠 봤다
※ 각 칸의 비중은 보도된 역할 분담 서술을 이해를 돕기 위해 도식화한 것으로, 계약에 확정된 비율이 아니다. 실제 배분은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지식재산권 · 손실 분담 · 노형과 용량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오랜 분쟁 끝에 합의에 도달했지만, 대가가 있었다. 체코 사업에서 기당 약 2,400억원 수준의 로열티가 매겨졌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출에는 웨스팅하우스 승인이, 연료 공급권에는 웨스팅하우스 우선권이 붙었다. 유럽(체코 제외)·영국·일본·우크라이나·북미는 사실상 제한 구역이다.
지분을 사면 이 굴레가 풀린다는 것이 이번 제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에너지부의 원전 수출 통제와 로열티 부담을 함께 털어낸다는 계산. 다만 지분 확보가 곧 경영 참여나 사업 수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수 지분 주주는 배당을 받을 뿐, 수출 허가를 스스로 내주지 못한다.
원전은 지연이 기본값에 가깝다. 보글 3·4호기는 공기가 크게 밀렸고 그 여파로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V.C.서머 2·3호기는 약 90억달러를 투입하고도 같은 해 공사가 중단됐다. 두 사건 모두 미국 원전 산업의 트라우마다.
10년짜리 사업에서 금리·전력가격·자재비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전업계에서는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사업 참여와 수익 배분 구조를 계약 단계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실 분담 원칙이 비어 있는 채로 돈부터 넣는 것이 가장 나쁜 순서다.
APR1400은 신고리·신한울과 UAE 바라카에서 지어 봤고 2019년 미국 NRC 표준설계인증도 받았다. AP1000은 미국 보글 원전에 적용된 노형이지만 1.1GW급이라 한국이 원하는 용량과 어긋난다. 체코 두코바니에 채택된 APR1000은 NRC 인증도, 완공·운영 실적도 아직 없다 — 초도호기 위험이 남는다.
그래서 이 선택은 기술 스펙 비교가 아니다. 같은 10기를 지어도 AP1000이면 총 11.0GW, APR1400이면 14.0GW다. 3GW의 차이는 원전 두 기 분량이고, 그만큼이 미국의 전력 수요 계산에서 빠진다.
같은 10기의 용량 차이, 그리고 시장이 먼저 낸 답
지분 인수 규모를 손으로 만져 보는 계산기
파산과 합의, 그리고 이번 제안
보글 3·4호기 공기 지연이 결정타였다. 같은 해 V.C.서머 2·3호기는 약 90억달러를 투입한 뒤 공사가 중단됐다.
UAE 바라카에서 지어 낸 실적에 더해 미국 규제기관의 표준설계인증까지 받았다. 체코에는 1.0GW급 APR1000이 채택됐다.
기업가치 82억달러. 브룩필드 51%, 카메코 49%의 현재 지분 구조가 이때 만들어졌다.
로열티와 수출 지역 제한을 받아들이는 대신 분쟁을 닫았다. 유럽(체코 제외)·영국·일본·우크라이나·북미가 제한 대상에 들어갔다.
최대 20% 지분 취득권을 확보했다. 이번 대한(對韓) 제안의 법적 근거가 여기서 나온다.
한국경제가 지분 인수 제안을, 이데일리가 AP1000·APR1400 충돌을 하루 간격으로 보도했다. 정부는 공동투자설 자체에는 "사실무근"이라며 거리를 뒀다.
돈을 넣기 전에 계약서에 박아야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