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쿠르스크에서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왔다. 이 사실을 처음 밝힌 사람은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23일(현지) 유엔총회 연설에서다. 정부는 24일 오전까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날짜는 모두 보도로 교차 확인한 것만 적었다. ‘20개월’은 생포가 공개된 2025년 1월부터 한국행이 공개된 2026년 9월까지를 센 값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둘째 날 연설에서 이 사실을 꺼냈다. 한국 시각으로는 24일 새벽이다. 그는 두 사람을 “생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고, 그중 한 명은 포로가 되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 한 명은 2025년 1월 공개 사진에서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던 병사다. 전날인 22일(현지)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8월 말 공개된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그를 치료한 우크라이나 의료진이 “턱 부상은 항복을 거부하며 자해한 결과”라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연설 전날 이 증언이 먼저 돌았고, 연설에서 대통령이 같은 장면을 직접 말한 셈이다.
연설의 초점은 한국행 자체보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왜 북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나”라고 묻고, 아시아 국가들도 북한의 미사일·드론 능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은 그들을 마치 화폐처럼 이용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고 있다.”
두 사람의 존재는 2025년 1월 11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텔레그램에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해 심문 중”이라고 올리며 알려졌다. 한 달 뒤 국내 언론 인터뷰와 국회의원 현지 면담으로 한국행 의사가 처음 거론됐고, 정부는 이때부터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며, 한국행을 요청하면 전원 수용한다”는 원칙을 되풀이했다.
원칙과 실행 사이에는 우크라이나의 사정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 포로는 곧 자국 병사를 되찾을 교환 자원이다. 두 사람은 2025년 5월 러시아·우크라이나가 1,000명씩 맞바꾼 대규모 교환에서도, 2026년 2월 5일 미·러·우 3자 협상으로 이뤄진 314명 교환에서도 명단에 없었다.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은 러시아로 돌려보내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한국행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여름에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6월 30일 서울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이 무렵 러시아가 북한군 2명을 넘기면 억류 중인 우크라이나인 수천 명을 석방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거절하면 “두 명 때문에 자국민 수천 명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제안이었다.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외교장관회담의 원칙을 정상 차원에서 다시 확인했다. 같은 자리에서 한국의 1억 달러 규모 지원도 공식화됐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 결과가 유엔 연단에서 나왔다.
정부가 왜 발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공식 설명은 24일 오전까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난 20개월 동안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 온 태도는 일관된다. 외교부는 2026년 2월 교환 명단 제외 보도에 “포로의 신변 보호와 관련된 민감한 외교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고, 4월에는 조현 장관이 “기밀 사안을 더 이야기하면 북한군 2명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개별 탈북민의 입국 경위도 대개 공개하지 않아 왔다.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공개할 이유가 분명했다. 유엔총회는 북·러 군사 협력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가장 큰 무대이고, 연설의 무게도 거기에 실려 있었다. 두 사람을 한국으로 보낸 결정은 러시아의 맞교환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해서, 우크라이나 정부로서는 그 결정을 스스로 설명할 필요도 있었다.
시점도 겹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 전인 22일(현지) 같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 구상을 내놓았고, 야당은 이를 두고 북한 도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비판했다. 정부의 침묵을 이런 대북 기조와 연결하는 해석도 나오지만, 정부가 그런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 신변 보호 관행과 외교 일정 가운데 무엇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는 지금으로선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한국행을 떠받친 원칙과,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반응을 항목별로 정리했다. 제목을 누르면 펼쳐진다.
전쟁포로를 다루는 제네바 제3협약(118조)은 적대 행위가 끝나면 포로를 지체 없이 석방·송환하도록 한다. 그러나 본인 의사에 반해 박해 위험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국제인권법에 따로 자리 잡고 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5월 방한해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에게 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6월 외교장관회담과 7월 정상회담의 문구 “자유의사 존중”도 같은 원칙 위에 있다.
송환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의 이송’이라는 논리가 이번 결정의 법적 바탕이다.정부는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해석(헌법 3조 영토 조항)에 따라 북한군 포로 역시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입장을 2025년 초부터 지켜 왔다. 한국행을 요청하면 전원 받아들인다는 원칙도 여기서 나온다.
부처 역할도 나뉘어 있다. 4월 통일부 당국자는 “입국 전까지는 외교부가, 국내에 들어온 뒤에는 관련 법에 따라 통일부가 정착 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입국했다면 지금은 통일부 쪽 절차로 넘어간 단계일 가능성이 크지만,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러시아는 두 사람을 돌려받기 위해 우크라이나인 수천 명 석방이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어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24일 오전 기준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 러·우 포로 교환 협상에서 이 건이 거론되는지가 첫 번째 신호다.북한은 6월 한·EU 정상 공동성명을 비판하며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으로 다뤄 나가려는 우리의 대적 원칙은 불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 간 공식 대화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번 한국행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관계를 새로 끊는다기보다, 이미 얼어붙은 관계에 갈등 요소 하나가 더해지는 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두 사람에게 어떤 절차가 적용되는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아래는 한국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이 통상 거치는 단계다. 포로라는 신분과 신변 위협을 고려하면 이번 건은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2016년 집단 입국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처럼 특별 신변보호 대상이 하나원을 거치지 않은 전례도 있다.
| 단계 | 맡는 곳 | 통상 기간 |
|---|---|---|
| 관계기관 합동신문 신원·경위 확인 | 국가정보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 경찰 등 | 1~3개월 안팎 |
| 보호 결정 | 통일부 | 조사 결과에 따라 |
| 사회적응 교육 하나원 | 통일부 하나원 | 12주 |
| 거주지 편입 · 보호 | 통일부 · 지자체 · 경찰(신변보호) | 거주지 보호 5년 |
| 이번 두 사람 | 확인 불가 | 확인 불가 |
‘1~3개월’은 과거 보도에 나온 통상 조사 기간이고, 하나원 12주와 거주지 보호 5년은 북한이탈주민법이 정한 틀이다. 이 틀을 그대로 적용하면 어느 시점에 사회로 나오게 되는지를 아래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추정일 뿐이다. 실제 입국일·조사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고, 포로 신분이나 신변 보호 필요성에 따라 하나원을 거치지 않거나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하나원 교육은 12주(84일), 거주지 보호는 수료일부터 5년으로 단순 계산했다.
날짜가 정해진 일정은 없다. 무엇이 먼저 나와야 하는지 순서대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