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아래 '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스크롤하면 오른쪽 단면도가 장면마다 바뀐다. 유기 코어 → 커지는 패키지 → 유리 코어 → 두 개의 유리 → 로드맵 순서다.
기판이 뭔지부터 — 칩 아래 깔린 '판'
칩은 혼자 메인보드에 앉지 못한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칩의 단자를 메인보드가 알아먹을 크기로 넓혀 주는 중계판이 패키지 기판이다. 이 판의 뼈대가 코어이고, 지금은 유리섬유에 수지를 먹여 굳힌 플라스틱 계열 소재를 쓴다. 위아래로 얇은 배선층(빌드업)을 쌓아 회로를 그린다.
왜 유기 소재로는 한계인가 — 세 가지 벽
첫째 워피지. 패키징 공정의 고열에 기판이 미세하게 휘어 접합 위치가 어긋난다. 둘째 평탄도. 표면이 유리만큼 매끄럽지 않아 초미세 배선을 그릴 수 없다. 셋째 열팽창 계수(CTE). 실리콘 칩과 늘어나는 정도가 달라 데이터 통로를 정밀하게 설계하기 어렵다. 패키지가 작을 때는 감당됐지만, 면적이 세 배 가까이 커지면 오차도 같이 커진다.
유리기판의 장점, 그리고 아직 안 풀린 문제
유리는 단단해 고온에서 덜 휘고, 표면 평탄도가 높아 회로를 더 촘촘히 그릴 수 있다. 인텔은 유기 기판 대비 배선 밀도 10배, 패턴 왜곡 50% 감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리가 깨진다는 것, 그리고 유리를 관통하는 전극(TGV)을 수십만 개 뚫으면서 균열 없이 도금까지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량 양산 표준과 원가가 아직 남은 숙제다.
'유리기판'은 사실 두 개다 — 코어와 인터포저
하나는 패키지 기판의 코어를 유리로 바꾸는 유리 코어 기판이다. 삼성전기·SKC·인텔이 지금 밀고 있는 쪽이고, 업계는 양산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은 확보됐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GPU와 HBM 바로 아래 배선층인 유리 인터포저다. 지금 실리콘이 쓰이는 자리로, 난도가 훨씬 높아 상용화는 2030년 이후로 본다. 원문 제목의 "실리콘을 유리로"는 이 두 번째 이야기이고, 2028년 일정은 첫 번째 이야기다.
2028년이라는 숫자의 정체
삼성전기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8년 상용화 방침을 재확인했고, 합작사 글라셈은 8월 상호 가등기를 마쳤다. 다만 업계 보도에 따르면 글라셈 라인 구축 일정은 순연됐다. 고객사 시제품 신뢰성 평가에서 병목이 생겨 장비 발주가 지난해 11월 → 12월 → 올 3월 → 6월로 밀렸고, 당초 2027년 하반기 가동 목표가 2028년으로 조정됐다. 그러니 2028년은 "이때부터 된다"보다 "여기까지는 밀렸다"에 가까운 숫자다.